누가 대한민국의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사회가 암울한 때 일수록 뜻하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문화 아이콘들이 생겨나 희망의 불씨를 만들어주곤 한다. 
지난 몇년 동안 사회전반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그저 안고 답답해 하고만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일 사이에 희망을 느끼고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그 하나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오늘, 마지막날 , 마지막회로 겨우 턱걸이 해서 본 연극 '누가 대한민국의 20대를 구원할 것인가?'였다.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무대를 통해서 시대와 함께 아파한다.
동시대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그 시대를 함께 이루고 있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문제가 던져주는 공포에 맞서 함께 싸울 힘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이 사회에 대해 갖는 책무성은 문제와 그 공포를 이겨낼 힘과 희망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주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감동을 정서에만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자극과 도덕적인 자극을 주어 숭고함으로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름답게 구조화된 작품은 세상에 총체적인 반성을 이끌어주고, 다시 나아갈 길을 열어주는 단초가 된다.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 페스티벌에서 '마피아 게임을 하다'라는 타이틀로 5편의 연극을 이어간다고 한다.
오늘의 '누가 대한민국의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는 그 첫 무대였고, 오늘 막을 내렸다. 안타깝다. 좀더 빨리 알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권했을 것을...

이제 감히 희망을 얘기하고싶다.
그동안은 내적강제로서 다짐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동시대를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로 부터 구체적인 희망의 새순을 보았기에 자신이 생긴다.
20대에게...기성 세대들은 그동안 너무 차가왔다. 고생없이 자란 세대라서 어려운 줄 모르고, 어려운 일 안하려 한다고, 버릇없다고 타박만 늘어놓았다.
같이 살아가야 하고, 그들은 기성세대가 그렇게도 사랑(?)함을 자처하는 '국가'의 미래가 아닌가 말이다.

그들이 숨쉬는 곳에서 희망의 소리가 들려야 한다.

전부 13개의 에피소드로 연결된 '코믹-다큐-파노라마 형식'의 연극은 지금의 언어코드와 맞고, 전세대를 포괄하는 포용성과 대중의 정서를 따뜻하게 배려하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다. 지적, 도덕적, 미적 감동을 매우 상큼한 터치로 던져주는 센스.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얼마나 시대의 언어에 민감한가를 알 수 있다.

1장<10대와 촛불소녀>
-나는 네가 지난 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2장<그럼, 누가 2MB를 찍었나?>
-나는 네가 그때 누굴 찍었는지도 알고 있다.
3장<고해성사>
-취직만 시켜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4장<20대는 찌질이인가?>
-이노무시키들, 니네 때문에 대한민국이 이 모양이잖아!
5장<대한민국 20대의 라이프 스타일>
-어느 대학생의 통장 잔고
6장<낭독의 재발견: 시낭송>
-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7장<대한민국 20대 미션2; 알바의 지옥>
-여기 들어오는 자는 모두 희망을 버려라.
8장<대한민국 20대 미션1:취업 6종세트>
-제가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9장<100번 토론:20대 요즘 것들>
-그래 우리 무식하다. 무식한데 뭐, 보태준 거 있냐?
10장<비교체험 극과극: 당신들의 천국1>
-70년대 유신세대, 그 때를 아십니까?
11장<비교체험 극과 극 : 당신들의 천국2>
-80년대 386세대, 그때를 아십니까?
12장<On Air:Fucking Korea Radio>
-결국, 제가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13장 <20대 권리선언>
-노동권, 주거권, 보건권, 교육권을 보장하라.

대통령은 라디오 방송에서 편하고 좋은 조건의 일자리만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도 하려는 의지, 구하는 자가 얻을 것이라고 격려(?)한다.  20대가 원하는 것은 편하고 쾌적하지 않더라도, 안정된 일자리, 제 2의 가정을 원하는 것이다. 선택된 5%(6종세트를 다 갖춘-‘ 학점·영어(토익·해외연수)·학벌·인턴·봉사활동’ 등 ‘취업 5종 세트’에 ‘부모 배경’이 추가된것이  ‘취업 6종 세트’다.)를 제외한 나머지 95%가 절망하고 있다.

월평균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20대,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현실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로 가자’는 시대에서 (지금은 그렇게 말할 처지도 아니지만) 젊은이들은 시급 3500원으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다. ‘알바’나 ‘임시직’은 이미 ‘정규직’으로 가는 임시 징검다리가 아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평생 ‘저임금 비정규직’을 전전해야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우리 시대의 20대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재민'인 이나라의 국민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그런데, 그들이 묻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대의 인권선언'을 보면, 마치 70년대  고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듣는 것 같다.
 
이렇게 외칠 수 있고, 비정규행 티켓을 찢을 수 있고, 새로운 대안을 말하고 있는 무대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세상이 젊은이의 불안이 초래할 사회적 위기에 무심하고 후속세대의 고통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희망이 아닌, 절망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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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의 <작품을 고민하면서>를 그대로 옮겨본다.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지난 2008년은 촛불의 정치로 기억될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이제 그 뜨겁던 촛불의 행렬이 시작된 지 한 해가 지난 이 시점에서 그날 거기에 갔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서 시작된다. 거기에는 엄마, 아빠를 따라 손잡고 나온 꼬마들도 있었고, 교복을 입은 남녀 중고생들도 있었고, 학교를 빼먹은 대학생 커플들도 있었고, 양복에 넥타이를 맨 채 퇴근길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들도 있었고, 그 회사원 남편을 기다리다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님들도 있었고, 딱히 할 일이 없어 보이는 청장년층의 아저씨들도 있었고,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있었다. 이리저리 따져보자면, 명절때나 한 번 다 모일 듯한 대 가족이 한꺼번에 다 나온 셈이었다.
왜 온 가족이 거기에 나간 것일까?

이 작품은 그들 가운데 전염병처럼 번지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공포로 절망의 88만원 세대를 체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유례가 없는 '버려진 세대인 지금의 20대들의 절망에 주목한다. 40대와 50대의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라고 한다. 경제적 활동의 맨 밑바닥에서 생산과 유통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20대가 그에 적합한 대우를 지금 받지 못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뒤늦은 세대 독립과 경험의 부족, 강요된 승자 독식 게임으로인한 획일성으로 앞으로의 미래도 암울하기 짝이 없다는 20대, 지금의 20대는 30, 40대가 거쳐 간 자화상이었고, 또 그들의 자녀들인 10대가 앞으로 거쳐가야할 인생의 중요한 통과제의다. 20대는 인생의 꽃이라고 흔히 말한다. 청춘이라는 말 앞에서 누구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러나 누구도 믿지않는 20대, 누구도 밝은 전망을 선뜻 약속할 수 없는 20대, 꿈을 강요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20대, 이젠 정말 개천에서 용이 나지않는 20대들에게 우리는 무슨 얘기를 건넬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고도의 성장지상주의자들은 앞으로 더 강력한 무한경쟁의 시나리오를 예고하고 있다. 승자가 독식하는 게임에서 20대는 빈손으로 이미 뒤처져서 출발하는 루저의 운명을 타고났다. 무한경쟁의 시대는 세대 내에서의 경쟁 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경쟁도 불사한다. 과연 경쟁에서 살아남은 30, 40대가 20대들에게 손을 잡아주겠는가? 당신은 혹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요즘 젊은 애들이 어떤 애들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누구도 2009년 대한민국의 20대에게 차근차근 말을 걸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손가락질이라도 안하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의 20대를 바라보는 각 세대들의 시선을 통해서 우리의 20대의 초상화를 그려본다. 그리고 그 꽃다운 청춘들이 서 있는 막다른 골목에서 그들을 구원할 마지막 선택을 찾아본다. 병든 청춘들이 그늘져 있는 사회가 나아지기를 바란다는 것은 불가능한 소망이다. 누가 대한민국의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그 몫은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by 나시니 | 2009/04/13 00:05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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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lus at 2009/04/13 00:18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저 연극은 꼭 보고 싶은데 이미 막을 내렸다는게 너무 안타깝네요.;_;
Commented by 나시니 at 2009/04/14 10:17
아마도 조만간 다시 하지 않을까요? 안하면 해달라고 건의라도 해볼까 합니다. ^^
Commented by 여유작 at 2009/06/12 12:38
다시합니다. 7월부터...연우소극장에서
Commented by 드림플레이 at 2009/07/09 01:41

안녕하세요.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극단 드림플레이입니다.

자료 검색하다가 우연히 블로그에 쓰신 글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불쑥 인사 남깁니다.

다양한 시각과 논쟁의 여지가 있는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가 7월 8일부터 7월19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재공연을 갖습니다.

두루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의 극단 드림플레이 02.745.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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